AI와 글쓰기의 끝

안녕하세요. 민구홍입니다.

1768년 스위스의 시계공 피에르 자크드로즈(Pierre Jaquet-Droz)는 ‘오토마타’(Automata)로 불리는 움직이는 인형을 발명했습니다. 수백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오토마타는 인간의 움직임을 모방한 정교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오토마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작가(The Writer)’, ‘화가(The Draughtsman)’, ‘연주자(The Musician)’로, 이들은 단순한 인형을 넘어 각각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의 복잡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었죠.

특히 가장 복잡한 오토마타는 ‘작가’였습니다. 작가는 사용자가 글자판을 통해 선택한 문자를 종이 위에 쓸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거위 깃털로 글씨를 쓰는데, 잉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손목을 흔드는 등 수시로 잉크를 주입합니다. ‘작가’의 눈은 자신이 쓰는 텍스트를 따라가고, 잉크가 떨어지면 머리를 움직였습니다. 이는 18세기 기계 공학의 놀라운 발전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키는 70센티미터이며, 앉아 있는 소년의 모습입니다. 앞에는 책상과 종이가 있고, 내부에는 복잡한 기계 장치가 숨겨져 있어 소년이 실제로 글을 쓰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때 프로그래밍은 글자판을 조정해 이뤄지며, 사용자는 오토마타가 쓸 텍스트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18세기 기술로는 매우 혁신적인 성과였습니다.

250여 년이 흐른 뒤, 오픈AI(OpenAI)에서는 챗GPT(ChatGPT)를 발명했습니다. 이제 ‘작가’가 화면 앞으로 놓인 셈입니다. 마크다운(Markdown)을 지원하는 글쓰기 전문 프로그램 iA 라이터(iA Writer)를 만드는 iA에서는 2023년 1월 25일 공식 웹사이트의 블로그에 글을 한 편 발표했습니다.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더 이상 글을 쓸 필요가 없게 될 것입니다. AI가 대신 글을 써줄 테니까요. 이렇게 확보된 자유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림을 그리거나 체스를 두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음악을 작곡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일들마저도 대신 해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신할 수 없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130억 달러에 오픈AI의 지분 49퍼센트를 인수했습니다. 챗GPT는 곧 워드(Word), 파워포인트(PowerPoint), 엑셀(Excel), 아웃룩(Outlook) 등 거의 모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통합될 예정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비즈니스 업무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대로라면 챗GPT가 우리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게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업무는 갑자기 매우 쉬워질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몇 가지 프롬프트를 입력해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챗GPT는 이미 이메일을 읽고, 문서를 처리하며, 사용자의 요청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챗GPT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서 윈도우 자체로 영역을 확장해 전체 시스템을 실행하고, 마치 카세트 테이프에서 앱을 실행하던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조만간 인공지능은 노트북, 데스크톱, 모니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시계, 소중한 반지까지 모든 것을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12파섹이 조금 넘는 초경량 클라이언트를 통해 저 멀리 구름의 은하계에서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처리할 것입니다.


iA 웹사이트의 블로그에는 글쓰기, 디자인, 브랜딩과 관련한 주옥 같은 글이 넘쳐납니다. 이를 선별해 언젠가 AG 랩에서 출간하면 좋겠습니다. 제목은 『#iA, #글쓰기, #디자인, #브랜딩』일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