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

안녕하세요. 민구홍입니다.

지난 11월 11일 오후 1시 11분 저는 일민미술관에서 ‘내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제 글쓰기와 넓은 의미의 편집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일민미술관의 시각 문화 비평 연구 프로젝트인 ‘IMA 크리틱스’의 2023년을 갈무리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이기도 했죠.

글쓰기 이전에 생각과 말이 있습니다. 생각과 말은 대개 일시적이고, 유동적이고, 비구조적입니다. 즉, 자연스러운 동시에 이따금 뒤죽박죽이고, 나아가 흩어지고, 결국 사라져버리죠. 2019년 2월 26일 요세미티에서 포착된 폭포가 만들어내는 무지개처럼요.

언젠가 이야기했듯 제게 글쓰기는 생각과 말을 특정 매체, 즉 문자(글자, 숫자, 기호 등)뿐 아니라 공간으로 붙잡아 드러내는 일입니다. 즉, 생각과 말을 조직하고 정리해 확장하는 일인 동시에 생각과 말을 완성하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하나죠. 나아가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소통을 거쳐 남과 소통하는 일이자 남과의 소통을 거쳐 나 자신과 소통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작곡을 비롯해 제가 가장 잘하고픈 일이기도 하고요.

특히 코딩(coding)은 컴퓨터 언어를 도구 삼아 컴퓨터와 소통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결국 나와 남, 즉 인간과 소통하는 일이죠. 글쓰기의 결과물은 글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글쓰기, 즉 코딩의 결과물은 글뿐 아니라 프로그램, 웹사이트, 알고리즘 등을 아우르죠. 이 웹사이트를 포함해 제가 이제껏 일한 결과물 대부분이 메모, 이메일, 계약서, 견적서, 보도 자료, 나아가 코딩을 거쳐왔다는 점을 되새겨보면 저는 그저 글을 써왔을 뿐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