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가이드

안녕하세요. 민구홍입니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17년 『캔자스 시티 스타』(The Kansas City Star)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880년 창간된 『캔자스 시티 스타』는 퓰리처상을 무려 여덟 번이나 수상한 신문으로, 그의 역할은 사회부 기자였죠. 그는 여기서 글쓰기에 관한 규칙 110가지를 정리한 「스타 카피 스타일」(The Star Copy Style)을 접하고, 이를 통해 글쓰기를 배웠습니다. 「스타 카피 스타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문장은 짧게.(Use short sentences.)

그 덕일까요? 잡다한 수식 없이 간결한 그의 문체는 ‘하드보일드 스타일’(Hard-Boiled Style)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문장을 읽다 보면 정갈한 동시에 우직한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를 발표한 1940년 무렵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글쓰기와 함께 「스타 카피 스타일」에 관해 이렇게 말했죠.

내가 글쓰기를 배운 최고의 규칙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재능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규칙만큼은 무시할 수 없으리라.


좋은 회사에는 좋은 스타일 가이드가 있고, 저는 이제껏 두 회사에서 두 가지 스타일 가이드를 경험했습니다. 한 번은 안그라픽스(2011~15년)에서, 다른 한 번은 워크룸(2016~21년)에서였죠. 저뿐 아니라 여러 편집자가 저자와 독자로 거쳐간 두 스타일 가이드는 제가 글을 쓸 때마다 떠올리며 점검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이쯤이면 AG 랩의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코딩, 디자인, 나아가 일을 위해서, 저보다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죠. 이 스타일 가이드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쓰기는 흩어져 사라지려는 생각과 말을 특정 매체, 즉 문자(글자, 숫자, 기호 등)뿐 아니라 공간으로 붙잡아 드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천천히 갱신하고 편집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