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새와 손편지

안녕하세요. 민구홍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번 제7대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저는 프레스룸의 양지은 님과 함께 대외 전시 이사를 맡게 됐습니다. 1년에 한 차례씩 타이포그래피 전시를 기획해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나아가 디자인계 안팎으로 학회를 소개하는 게 주된 임무죠. 그 첫 번째 전시인 『진동새와 손편지』는 SF 소설가 김초엽 님, 그리고 참여자 194명과 함께 내용뿐 아니라 태도의 측면에서 ‘타이포그래피’, 즉 문자와 그것을 다루는 일뿐 아니라 ‘시간’을 다룹니다.


『진동새와 손편지』는 (1)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열여섯 번째 전시(기획: 민구홍, 양지은)인 한편, (2) SF 소설가 김초엽의 신작 소설인 한편, (3)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회원 및 비회원 194명/팀이 참여한 26분 길이의 영상 작품인 한편, (4) 작품과 참여자를 종이 위에 망라한 오프라인 출판물인 한편, (5) 작품과 참여자를 웹사이트상에 망라한 온라인 출판물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와 작품을 위해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는 SF 소설가 김초엽에게 신작 소설을 의뢰했다. 총 304문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문장 단위로 나뉘어 전시 참여자에게 무작위로 배포됐고, 참여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장을 10초 길이의 키네틱 타이포그래피 또는 이미지 작품으로 출품했다. 이 전시 또는 오프라인 출판물 또는 온라인 출판물은 『진동새와 손편지』를 둘러싼 여러 실천 가운데 김초엽의 신작 소설과 이를 이용한 전시 참여자의 작품을 한데 묶은 결과물이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 소설은 문장 단위로 나뉘어 전시 참여자, 즉 여러분에게 무작위로 부여됩니다. 여러분이 어떤 문장을 마주할지는 저희뿐 아니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조차 알 수 없죠. 자,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예요. 여러분은 맥락을 알 수 없는 문장을 타이포그래피적으로 이용하고 해석해 10초짜리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장 앞뒤를 상상하면서요. 물론, 작품은 10초를 활용한 영상일 수도, 포스터 같이 고정된 이미지일 수도 있습니다. 슬슬 감이 오시죠? 요컨대 결과물은 여러분의 야심과 취향은 물론이고, 여러분이 타이포그래피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습니다. (「타이포그래피를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운데)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 망원경이 시간을 초월한 지금, 『진동새와 손편지』는 내용뿐 아니라 태도의 측면에서 ‘타이포그래피’, 즉 문자와 그것을 다루는 일뿐 아니라 ‘시간’을 다룬다. 소설은 “안녕, 나의 자아들.”로 시작해 “고작 그 말을 다시 쓰기 위해, 그렇게 많은 새들이 필요했다니.”로 끝난다. 이리저리 굴러간 어제가 모여 오늘을 이루듯, 흩어진 문장이 모여 개인을 거쳐 소설 한 편으로 완성되고, 소설은 다시 문장 단위로 나뉘었다가 다시 모여 수많은 개인을 거쳐 다른 매체로 탈바꿈한다. “(…) 더 재미있는 대목은 이제부터입니다. 여러분의 작품은 한데 모여 한 편의 키네틱 타이포그래피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작품이 없다면 이 작품은 온전히 완성되지 않겠죠? (…)” (「타이포그래피를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운데) 그렇게 완성된 『진동새와 손편지』는 관람객, 독자, 작가 등 결과물을 마주하는 대상에 따라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적절하게 진동한다.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르르르르르르 르르르르. (「진동새와 손편지」 가운데)


그렇게 전시 웹사이트와 함께 다음과 같은 근사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참여자가 출품한 각 영상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동시에 전체를 이룹니다.